연말연시를 맞아 세운 계획 중의 하나가 “신문 구독”이었다.
요즘이야 모든 신문사들이 컨텐츠를 온라인으로 서비스하기는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보다보면 흥미가 가는 기사만 골라서 클릭하게 되거나, 금새 쇼핑이나 SNS, 게임 알람 등에 시선을 빼앗기게 되어 “읽는 즐거움”으로 몰입하기가 힘들다. 신문 기사의 행간을 떠다니며 가독성을 저해하는 각종 광고는 또 어떤가.
TV뉴스는 사정에 따라 못보게 되는 경우도 많고,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주제의 다양성이나 깊이, 혹은 모두에서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의 유일한 예외가 손석희 님이 진행하는 JTBC 뉴스룸 정도랄까?
마침 이사도 했고, 와이프와 함께 어떤 신문을 볼지 고민을 시작했다.
어떤 신문을 볼까
조중동은 제껴두고 판단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워낙 보수적이고 친 자본적이어서, 좀처럼 친밀감을 가질 수 없다. 경향신문을 볼지 한겨례를 볼지, 그리고 부동산이나 경제 흐름에 대한 시야를 넓혀줄 경제신문을 하나 더 보고 싶은데 어떤 신문을 봐야하는지가 고민이었다.
어떤 신문을 선택할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실물을 보는게 가장 확실하다고 생각하는데, 기사 각각의 내용 뿐만 아니라 기사를 어디에 어떤 비중으로, 어떤 타이틀로 배치했는지가 그 신문의 지향을 표현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문을 찾아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연히 지하철역에 가면 신문 판매하는 곳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정자역 어디에도 신문 판매하는 곳이 없었다. 지하철 편의점에서 신문을 살수 없다는 것이 이상해서 동네의 가장 큰 편의점을 가봤지만, 역시 신문을 판매하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요즘에는 지하철 선반에 가득 올려져있던 신문도 볼 수가 없구나. 특히나 무가지(無價紙)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지하철에 선반마다 신문이 가득했었는데… 바야흐로, 길거리에서 신문이 없어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고민을 하던 중 도서관에서 여러 종류의 신문을 볼 수 있다는게 떠올라서, 주말에 아내와 함께 도서관을 방문했다. 역시 각종 신문이 보관되어 있고, 신문을 펼쳐놓고 볼 수 있는 책상도 제공한다. 역시 도서관 최고~^^
우선 경향신문과 한겨례를 비교하고, 한국경제와 매일경제를 비교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례 중 경향신문을 선택하는데는 이견이 없었다. 경향신문의 구성과 서체가 좀 더 가시적이었고, 기사의 논조도 더 객관적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물론 개인의 취향일 뿐이지만. 다만 경제지는 의견이 엇갈렸다. 정치적 논조는 둘다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중도보다는 보수에 가깝고 재계의 입장을 반영하는. 다만 구성과 디자인 면에서 한국경제가 더 낫다고 생각했는데, 아내는 매일경제가 더 읽기 편하다고 했다.
우리는 우선 경향신문을 보고, 경제신문은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기로 결정했다.
신문 구독 신청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신문 지국이 있었다. 전화를 걸어서 조건을 물어보니 3개월을 무료로 넣어주고 이후에는 한달 구독료가 18,000원이라고 한다. 조중동은 6개월 무료로 넣어주고 한달에 15,000원이라고 하던데.. 약간 비싼 감이 없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두 신문의 발행 부수 차이는 엄청나다.
“뭐 서비스로 주시는 건 없나요?”라고 묻자
“조선일보처럼 사은품 끼워드리는 건 없구요, 대신 한국경제 서비스로 드릴께요.”
와.. 이런..개이득ㅋㅋ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다음날부터 바로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나는 2018년 새해 첫날, 신문을 받아볼 수 있었다.
신문 구독 후기
신문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온다. 와이프와 함께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출근할 때에는 신문 종류를 바꿔가면서 가져간다. 월수금은 내가 경향신문, 화목토는 내가 한국경제 이런식이다.
요즘은 워낙 신문을 읽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출근길에 신문을 들고 있는 것은 뭔가 괴짜스럽기까지 한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신문을 접고 펴고 하는 것도 살짝 불편하다. 그럼에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책과 스포츠까지, 다양한 분야의 따끈한 소식을 매일 아침 접하는 것은 참 기분좋은 일인 것 같다.
이런 뿌듯함을 한달 18,000원에 산다는건 아깝지 않다. 새벽 3~4시부터 신문을 준비하고 배달하시는 분의 수고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고 말이다.
디지털 컨텐츠 범람의 시대. 잉크 냄새가 아릿한, 신문 보기를 추천한다.